제목
구문소와 흰 떡
작성자
관리자
등록일
2020-12-28
조회수
776
  • 구문소와 흰 떡 사진 1

그전에 여기는 영월 엄씨가 개척을 했어. 그런데 구문소에 고기가 말할 수 없이 많았어. 그물을 쳐 놓으면 그물을 꺼내지 못할 만큼 고기가 많이 들었대.

그전에 엄종한이란 사람이 살았는데, 그물을 미리 쳐놓고 다음날 걷으러 갔거든. 그날도 그물을 걷으니 고기가 얼마나 많이 들었던지 그물이 나오지 않고 오히려 그 사람이 땡겨 들어갔대. 그물을 끌다가 땡겨 들어가보니 용궁이 나오더래. 거기에 용왕이 떡 앉아 있다가 너는 내가 기르는 닭을 자꾸 잡아먹기에 혼좀 내려고 불러들였다.”고 하거든. 그러니 아이고, 제가 부모를 공양하려고 그랬는데 잘못했습니다.”하며 사과를 하니 용왕이 엄씨의 효심에 감동해서 용서를 해 주더래. 그래 거기서 사흘을 묵었대. 사흘을 묵자 용왕이 이젠 이 강아지를 따라 인간 세상으로 나가거라.” 그래 그 흰 강아지를 따라 인간이 사는 세상으로 나왔대. 떠날 때 용왕이 흰 떡을 한 개 주면서 이러더래요. “가다가 배가 고프면 이걸 먹어라.” 엄씨가 흰 강아지를 따라 세상에 나오니 용궁의 삼일이 세상에서는 삼년이라. 그 엄씨는 아들이 둘인데 그날이 자기가 죽은 지 3년이라 탈상날이야. 3년전 아버지가 물에 빠져 죽었으니 큰 굿판을 차려놓고 죽은 혼령이 좋은 곳에 가라고 구문소 앞에 굿당을 맨들어놓고 굿을 하더래. 그래 그 사람이 나와가지고 거기서 가지고 온 떡을 보니 이건 떡이 아니라 딴딴한 돌이야.” 그렇지만 속으로 이건 용왕이 준 게니 귀한 물건일 것이다. 그러니 내버릴 수가 없다이렇게 생각하며 돌로 변한 떡을 쌀독에 넣어두었더니 독 속에 쌀이 계속 차더래. 그래서 이 집은 살림이 자꾸 늘어나 큰 부자가 되었대.

이런 일이 있은 뒤, 경상도 봉화 대현리에 사는 조씨집으로 시집을 간 딸이 댕기러 왔어. 와서 친정 아버지가 용궁에 가서 떡을 가져왔다 하니 그걸 보자고 조르더래. 그렇지만 아무리 딸이라도 그걸 안 보여줬지. 아버지가 안 보여주니 이번엔 어머니한테 자꾸 조르거든. 어머니는 딸을 더 귀해 하거든. 그러니 안 보여줄 수가 있나? 그래 보여주었대요. 보여주어보니 그 돌이 없어진 게야. 그래 엄씨네는 망해 버렸는데 엄씨가 죽자 등골에 묘를 썼대. 그런데 뒤에 이 묘자리를 옮겨야 될 사정이 생기니 어디로 옮길까 걱정을 했대. 한편 그 돌을 훔쳐간 사위의 묘가 대현리에 있었는데 그 산소는 장군대좌형으로 명당터였대. 가난해진 엄씨의 후손들이 자기네가 이렇게 몰락한 것은 사위 조씨네가 그 돌을 훔쳐갔기 때문이라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서 엄씨 유골을 조씨 무덤위에 써버렸네. 그러자 조씨들은 자기들 조상의 묘 위에 엄씨가 무덤을 옮겨 쓴 것을 알고 펄펄 뛰면서 묘를 파내려 하니 집안의 나이 많은 노인이 이건 필시 그 때 우리 할머니가 그 돌을 가져와서 우리 집안은 부자가 되고 그 집안은 망해버렸으니 화풀이로 그런 것 같다. 그러니 할머니의 체면을 보아서라도 그렇고 그때 그분 덕을 생각해서라도 우리가 참는 게 도리가 아니겠느냐?” 이렇게 만류하니 조씨 후손들은 그제야 흥분을 가라 앉히고 눈감아 주기로 했다는 게야.

 

조사일자: 1997. 5. 14.

조 사 자: 김종연, 김정임, 이수현, 권혁창

제 보 자: 정연식(85, , 동점동)


출처: 태백시지(1998930일 발행) p.480~495

발행: 태백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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